[마을 매거진]돈의문박물관마을_Place_앤티크라운지 [공간디렉터의 레스토랑 '취향의 거울'이 되다]

2022-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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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문안마을 식당골목, 그 후


돈의문박물관마을의 식당과 카페를 소개합니다 

현재 돈의문박물관마을이 위치한 새문안마을은 80~90년대 주변 직장인들이 즐겨 찾던 식당골목이었다. 마을의 68채 건물 중에서 60%인 40채가 식당이었을 정도로 유동 인구가 많았던 시절, 주변 직장인들은 든든한 한 끼 식사를 이곳에 의존해 하루의 에너지를 충전했다. 지금은 대부분 원래의 주택으로 복원되어 문화시설로 사용되고 있지만, 일부는 개성적인 시대 감성을 간직한 식당과 카페로 새문안마을의 일상이었던 정성 어린 접객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앤티크라운지 이은희 대표 편





공간디렉터의 레스토랑 

'취향의 거울'이 되다

브런치 레스토랑 <앤티크라운지>



식당 골목의 화분이 말해주는 것

 돈의문박물관마을의 광장에 들어서면 어디선가 은은한 향기가 번져 온다. 그 향기를 쫓다 보면 입구에 꽃 화분과 허브가 가지런한 붉은 벽돌 주택을 발견하게 된다. 돈의문박문관마을의 마을광장에서 작은 정원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브런치 레스토랑 ‘앤티크라운지’를 발견하는 순간이다. 


[돈의문박물관마을 광장에서 파릇파릇한 꽃과 허브향을 쫓다 보면 붉은 벽돌 주택이 나타난다]


돈의문마을의 옛 이름, 새문안 마을의 식당골목을 선명하게 기억하는 사람들에게는 ‘화분이 있는 식당골목’은 꽤 익숙한 풍경이다. 아침마다 골목길을 쓸고 화분으로 길을 장식하는 일이 식당 주인들의 흔한 일상이었기 때문이다. 이 화초들의 양호한 관리 상태가 식당 주인의 성정과 솜씨를 짐작하는 바로미터였다는 것도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이야기다. 


토분으로만 골라 심은 식물과 허브를 살피는 일은 앤티크라운지 이은희 대표의 중요한 일상이자, 그녀 자신의 정체성과도 연결된 일이다. 프랑스에서 플로리스트 공부를 마치고 귀국한 이 대표는 10년 이상 웨딩 컨설턴트 및 공간 디렉터로 일해 왔다. 플로리스트로서 그녀의 감각은 특별히 전통 웨딩과 유럽 웨딩을 접목한 스몰 웨딩과 파티 공간 연출에서 빛을 발했고, 연예인 등 셀럽이 그녀의 주 고객이었다. 돈의문박물관마을과 첫 인연을 맺은 것은 2019~2020년 한옥촌의 꽃 공방 입주 작가로 활동하면서다. 한옥촌 갤러리에서 열린 ‘한옥에 핀 꽃’ 전시를 통해 자연물과 꽃을 이용해 한옥 공간을 우아하게 연출한 작품들을 선보이기도 했다. 


[플로리스트이기도 한 주인의 성정이 엿보이는, 건강하게 관리된 수국 등 각종 허브와 꽃 화분]


경험으로 축적된 웨딩과 파티, 공간 연출에 대한 노하우를 외식에 접목해 보고 싶었던 이 대표는 이미 2020년부터 강남에 프랑스 가정식 브런치 레스토랑을 운영해 오고 있다. 본인과 친구들을 위한 작은 아지트로 시작했지만 입소문을 타고 인스타그래머블 데이트, 파티 장소로 알려졌다. 그곳에서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2021년 9월에 추가로 오픈한 곳이 바로 돈의문박물관마을의 앤티크라운지다. 사업가로서 레스토랑 운영에 한 발을 더 들이는 계기이자 예술가로서 자신의 전문성과 취향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기 위한 도전이었다. 


[사업가이자 예술가로서 대중과 소통을 위해 도전 중인 이은희 대표]



시대와 공간을 여행하는 감각

 새문안로 35-48. 앤티크라운지가 되기 전 이 건물의 역사는 193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인 소유의 2층 목조 건물로 지어졌다가 1970년대에 옆 건물(지금의 삼대가옥)과 연결되면서 크고 작은 증축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돈의문박물관마을의 많은 주택들이 그러하듯 이 주택 역시 2000~2014년 사이에 ‘연정가’라는 이름으로 즉석 순두부찌개와 매운 대구탕을 팔던 식당이었다. 돈의문박물관마을 초기에는 공예품을 팔던 돈의문상회로 운영되다가 작년 가을부터 앤티크라운지가 들어서면서 식당으로서의 기능적 맥락을 다시 이어가는 중이다.


 [앤티크 레스토랑은 1930년대에 지어져 최근까지 식당으로 사용되었던 건물의 역사를 잇는다]


“오픈할 때 고민이 많았는데, 1층 안쪽의 대형 뮤럴(mural) 벽지를 본 순간 첫눈에 반해 인테리어를 전면 바꾸는 에피소드도 있었어요. 전체적인 콘셉트는 아무래도 이곳이 개화기 시대를 재연한 만큼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도 영감을 많이 받았죠. 작은 소품들까지 제가 다 직접 구매한 거라서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어요. 지금 이 테이블은 이탈리아 제품이고요, 2층 벽지는 미국 쇼핑몰을 찾아 발견한 거예요.” 


[이은희 대표가 한눈에 반했던 뮤럴 벽지와 하나하나 모아온 소품들]


앤티크라운지에 덧대어진 장식들은 공간디렉터로서 이은희 대표가 구상한 시대의 감각이자 소통의 장치들이다. 구한말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서 조선인, 일본인, 양인들의 이질적인 라이프스타일이 한양에서 경성까지의 시공간을 관통하듯(돈의문 구락부에서 그 시대 감성의 일부를 엿볼 수 있다), 앤티크라운지는 2020년대 서울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경성식 앤티크 감성을 공간 디렉터의 관점에서 재해석해 서울의 근대 공간에 풀어 놓은 곳이다. 


작은 소품 하나하나에 이은희 대표의 취향이 묻어있다작은 소품 하나하나에 이은희 대표의 취향이 묻어있다

[작은 소품 하나하나에 이은희 대표의 취향이 묻어있다]


물론 이 해석은 서울 강남에서 성장해 유럽 문화권에서 인식의 폭을 넓힌 이 대표의 개인사와 취향에서 도출된 것이다. 여행과 요리를 좋아하는 이 대표는 유럽의 빈티지 아이템들이 너무 좋아서, 반년 이상이나 런던에서 빈티지 소품들을 수집하며 지낸 적도 있었다. 품목이 늘어나다 보니 별도의 창고를 갖고 있을 정도다.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대중 레스토랑의 특성상 귀한 수집품들은 내놓긴 어렵지만, 레스토랑 코너에 서 있는 빅토리아풍 의상과 모자, 키가 큰 레이스 스탠드 등은 그녀가 특별히 좋아하는 아이템이다. 


[이은희 대표가 특히 애정하는 소품들. 뮤럴 벽지와 잘 어울리는 우아한 레이스 스탠드와 촬영 소품이 되기도 하는 의상들]


추억의 허기를 채우는 '요즘 서울식'

‘새로운 문’이라 해서 ‘새문’으로 불렸던 돈의문(서대문)이 사라진 것(1915년)은 너무 오래전의 일이라 개인의 기억 속에는 그 빈자리가 없다. 하지만 풍미추어탕, 문화칼국수, 아지오의 폐업은 다르다. 새문안마을 식당골목을 즐겨 찾았던 이들에게는 ‘아쉬움’이라는 허기가 짙게 남아 있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영업을 유지했던 새문안마을의 식당들이 모두 퇴거했던 2015년으로부터도 꽤 시간이 지나, 이제 돈의문마을을 찾는 이들의 스펙트럼은 더 다양해졌다. 레스토랑은 더 이상 한 끼 음식만 파는 곳이 아니다. 취향을 반영하는 거울이다.


앤티크라운지의 독특한 분위기는 소모임이나 이벤트를 위해 색다른 공간을 찾는 이들의 취향을 저격 중이다. 레스토랑 전체를 빌려 돌잔치 등의 파티와 모임을 갖는 고객들이 있다. 공간 대여와 식음료 제공뿐 아니라 모임의 성격에 맞는 연출이나 의상 대여, 푸드 스타일링, 헤어메이크업, 촬영 등은 앤티크라운지의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은 전문성이다. 


다양한 고객층을 맞이하기 위해 메뉴 구성에서도 보폭이 넓다. 이탈리안 가정식 브런치는 ‘경성 브런치’가 되고, 해산물 파스타는 뚝배기에 담았고, 불고기피자, 김치볶음밥 등으로 동서양의 입맛을 포용하고 있다. 함께 곁들일 수 있는 와인 리스트도 구비했다. MSG, 캡사이신 등을 사용하지 않는 유기농 콘셉트의 조리방법을 고집하는 것은 이 대표 스스로 요리의 재료와 조리 방법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체질이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요리학교 IFSE의 한국 분교에서 주 3회씩 요리를 배우고 있을 정도로 요리를 좋아하기도 한다. 매일 새벽 장을 봐서 신선한 재료를 사용하는 것은 기본, 허브도 매장 앞 화분에서 직접 키운 것을 사용한다. 


또한 돈의문박물관마을이 누구나 편안하게 마실 오는 장소가 될 수 있도록 계절별로, 일과 별로 필요한 것들을 제공한다. 음료 테이크아웃 코너에서 겨울이면 밤과 고구마를 팔고, 여름에는 시원한 생맥주 및 계절과일 음료를 판매한다. 6월부터 마을안내소 전면에 이이남 작가의 대형 미디어아트 ‘시화일률’이 상영되면서, 몰려올 야간 여행자를 위한 메뉴도 준비 중이다. 


[경성과 서울, 대한민국과 유럽 사이 어딘가에 머무는 추억과 건강한 음식을 제공하는 이은희 대표]


“서울에도 레트로 콘셉트라면서 서로 비슷한 공간이 너무 많더라고요. 좀 더 고급스럽게 색다른 공간을 만들기 위해 늘 노력하고 있고요, 사계절에 맞게 건강한 음식을 제공한다는 원칙을 철저하게 지키고 있습니다.” 


누군가에는 추억의 허기를 채우는 곳이자, 다른 이에게는 여유로운 주말의 브런치 명소이며, 또 다른 이에게는 야외 테이블의 생맥주 한잔의 기쁨을 쌓아가는 곳! 앤티크라운지는 시간상으로는 ‘요즘 서울과 경성’ 사이, 공간적으로는 ‘대한민국 서울과 유럽’ 사이 어디쯤에 존재하고 있다. 그 속에서 자신만의 시간과 공간을 찾아내는 것이, 도심 골목 안 작은 레스토랑이 선사하는 돈의문박물관마을의 작은 여행이다. 


[앤티크라운지는 새문안마을에 있었던 식당들의 접객 정신을 현대식으로 계승하고 있다]



글    :  여행 문화 커뮤니케이터 천소현 

사진 : 천소현, 이우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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