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클럽 1기]#나는 서울을 등산한다

2022-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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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서울을 등산한다


유의민

 


코로나 이후 MZ세대 사이에서 등산붐이 일어났다. 여행 대신 산행, 비행기 대신 산을 타게 된 것. (이래 봬도) MZ세대의 한 구성원으로서 나도 등산행에 올라탔다. 막상 하고 보니 여행을 대신하기에 충분했다. 산 정상에서 찍는 정상석 인증숏은 여행 중에 찍는 랜드마크 인증숏이요, 한적하고 웅장한 자연의 모습은 바쁘고 삭막한 도시(일상)를 벗어난 일탈이었다. 무엇보다 낯선 등산객(여행자)과 함께 등산(여행)을 하면서 이야기도 나눌 수 있으니, 그동안 여행으로만 경험하고 느꼈던 것들을 등산이 어느 정도 충족시켜주었다. 그렇게 시작해서 지금까지 다녀온 산이 총 22개. 모두 서울의 산이다. 대한민국은 (나름) 넓고 (꽤) 산도 많지만 굳이 서울의 산을 오르는 데는 이유가 있다. 가까우니까... 학교든 직장이든 가까운 게 최고인 것처럼 산도 가까운 게 최고다. 라면 조금 싱겁고 억지스러울지 모르겠지만, 미안하지만 난 진심이다. 서울에 살고 있지만 월화수목금토 주6일을 경기도에서 생활하는 강북러에게 남은 하루의 주말마저 서울이 아닌 다른 지역에 있어야 한다면 난 왜 서울에 산단 말인가?!

서러운 마음에 잠시 감정이 복받쳤는데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코로나19가 지구를 침략한지 6개월이 지난 후부터 매주 주말마다 서울의 산을 올랐다. 서울의 산에 대해서는 28년째 나의 발이 되어주고 있는 지하철 덕분에 웬만큼 다 알고 있었다. 수도권 지하철 노선도를 서울의 산 안내지도 삼아 한 곳 한 곳 오르기 시작했다.

 

주말에는 서울 어디라도 사람이 많듯 산도 마찬가지다. (굳이 산으로 일출 보러 가는) 새벽산행이나 우중산행이 아니라면 등산로 초입부터 정상까지 ’생각보다 등산하는 사람이 많네?’라고 느낄 정도로 붐빈다. 장점이라면 길을 잘못 들어 엉뚱한 데로 갈 일이 없고(그냥 사람들 많이 가는 데로 따라가면 된다), 단점이라면 웅장한 자연 속에서가 아닌 웅성거리는 사람들 속에서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것과 정상석이나 포토존에서는 맛집처럼 줄을 서야 한다는 것이다. 한동안은 그만큼 등산의 인기가 높아졌고 서울의 어느 산이든 마찬가지일 것이기에 그러려니 넘겼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도시의 북적거림을 피해 올라온 산인데 여기서조차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이 나를 지치게 만들었다.(어쩌면 매주 산행에 지친 것일지도 모른다.)

[북적거리는 산정상(북한산 백운대)]

[줄을서시오(북한산 백운대)]


등산은 하고 싶지만 지친 나를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과감하게 휴가를 쓰기로 한 것. 아무래도 평일에는 사람이 적을 테니까. 날씨가 좋은 날을 잡아 연차를 썼다. 등산하려고 연차 썼다 하니 다들 미쳤다고 했지만 나에게는 여행과도 같은 등산이기에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과연 평일에 오른 산은...? 대만족! 연차가 아깝지 않았다.(또 거짓말이다.) 오히려 안 썼으면 날씨가 아까울 뻔했다.(이건 진심이다.)

평일 등산은 확실히 사람들이 적어 종종 산속에 혼자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사실 사람이 너무 없어도 무섭기 마련인데 그럴 즈음 어디선가 한두 명씩은 꼭 나타나 안심이 됐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소리와 터벅터벅 내 발자국 소리만 들리니 자연 ASMR이 따로 없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힐링. 정상에 가서도 줄 따위는 설 필요가 없으니 프리패스로 나 혼자 인증숏을 남겼다. 이처럼 모든 것이 좋을 것만 같은 평일 등산이지만 한 가지 단점도 있다. 바로 회사에서 걸려오는 전화.(아놔!) 평일이다 보니 이따금씩 업무전화가 걸려왔다. 보통 휴가 중에 걸려오는 전화는 잘근잘근 씹는 편이지만 중요한 업무가 있을 때는 어쩔 수 없이 받기도 한다. 잘 터지지도 않는 3G로. 걸려온 전화도 스트레스지만 서로의 말귀를 계속 알아듣지 못해 통화가 길어지는 게 더 스트레스다.

 

[한적한 등산로(광교산)]


연차 쓰고 등산할 때 걸려오는 업무 전화에도 서서히 적응해갈 때쯤 총 18개의 서울의 산을 채웠다. 이제 남아있는 서울의 산들은 대부분이 낮은 산. 여기서 잠깐! 대체 서울에 산이 몇 개나 있길래 18개를 채우고도 남아있단 말인가? 두둥! 놀라지 마시길. 한 등산 블로거에 따르면 서울에만 총 116개의 산이 있다고 한다.(2017년 기준) 서울시의 면적이 605.23km². 산 면적은 무시하고 정상을 꼭짓점으로 기준을 잡고 각 산들이 동일한 간격으로 분포되어 있다고 가정하면, 서울에는 5.2175km² 면적당 하나씩 산이 있는 셈. 동네마다 면적이 달라 차이는 있겠으나 대략 우리 동네에 산이 있으면 옆 동네 혹은 옆 옆 동네에는 산이 있다고 볼 수 있겠다. 지하철역으로는 2~3정거장에 하나 정도. 이렇게 보니 서울이라는 도시 전체가 산세권이라는 생각이 든다. 거리에서 혹은 지하철에서 등산복 차림이 자주 눈에 띄는 이유가 다 있었다.

 

아직 오르지 못한 98개의 낮은 산들은 주말에 가자니 시간이 어중간하고 연차를 쓰자니 아까웠다. 그래서 이런 산들은 퇴근하고 오르고 있다. 일명 퇴근산. 유난히 날씨가 맑았던 어느 평일, 퇴근 후 집이 아닌 산으로 샜다. 날씨가 너무 좋아 회사 건물 밖을 나오자마자 질러버린 즉흥 산행이었다. 출근 복장 그대로 청바지에 티셔츠에 운동화 신고서.

동네 근린공원과 연결된 산에는 동네 어르신들만 보였을 뿐 등산객은 거의 없었다. 하긴 (나 같은 놈 아니면) 누가 퇴근하고 산에 오겠는가? 그래서 좋았다. 도시의 소음은 희미해진 한적하고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직장 상사와 일에 치여 정신없었던 하루를 차분하게 마무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가장 좋았던 건 산을 오르며 볼 수 있는 서울의 노을과 야경이다. 산 중턱에 대놓고 ‘서울시 우수조망명소’로 지정된 데크도 있었고(솔직히 SNS에 올라온 스폿이 더 좋다.) 정상에 가면 360도로 펼쳐진 서울의 파노라마 뷰를 볼 수 있으니(낮은 산 중에는 그렇지 않은 곳도 있더라) 서울에서 이보다 서울이 잘 보이는 곳이 없었다. 적당히 높은 게 오히려 더 좋았다. 서울이 한눈에 다 담기면서도 서울이 굴러가는 디테일한 모습까지 관찰할 수 있었다.(역시 서울은 바빴다.)

뉘엿뉘엿 해가 넘어가 점점 보랏빛으로 물드는 하늘과 동시에 반짝반짝 조명이 밝혀지는 서울을 보고 있자니 꼬르륵~ 배가 고파왔다. 퇴근 후 바로 오느라 아무것도 먹지도 못한 것. 금방 올라갔다 금방 내려오겠거니 싶어 일부러 아무것도 사지 않았는데 김밥 한 줄에 생수 1병 정도는 챙길 걸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이것도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인데. 아, 그리고 다음에는 한 가지 더 챙기련다. 등산 장비는 없어도 촬영 장비는 있어야겠더라. 핸드폰에만 담기에는 너무 아까운 서울이니까.

 

[서울 노을(우면산)]

 [서울풍경(대모산)]

[서울 야경(구룡산)]

 [불암산 나비정원 (불암산)]




Appendix 1 : 산에서 바라본 서울

[봉산에서 바라본 은평구(feat.북한산)]

[불암산에서 바라본 강북(feat.북한산, 도봉산,사패산)]

[수리산 관모봉에서 바라본 안양시(feat.삼성산,관악산)]

[안산에서 바라본 종로(feat.남산)]

[안산에서 바라본 홍제동(feat.북한산,인왕산)]

[인왕산에서 바라본 종로(feat.남산)]

 


Appendix 2 : 도시에서 바라본 서울의 산

[강북구 우이천(feat.도봉산)]

[독립문(feat.안산)]

[북서울 꿈의 숲(feat.수락산,불암산)]

[서대문형무소역사관(feat.인왕산)]

[우리집 현관뷰(feat.도봉산)]

[우리집 현관뷰_노을ver.(feat.도봉산)]




필자소개 : 스토리클럽 1기 유의민

경기도에서 태어나 10살 이후 서울 밖을 나가본 적 없는 서울 촌놈.

강 이남 살이 2년, 강북살이 26년차, 현재 강북러.

서울사람이지만 일주일 중 월화수목금토 

주6일을 경기도에서 보내는 경기생활권자.

여느 서울사람처럼 평범한 직장인이지만 평범함 속 비범함을 꿈꾸며 

연차쓰고 여행하고 퇴근 후 끄적이는 출근하는 여행자이자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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