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매거진]미디어아트페스티벌 <돈의문프리즘 展>작가 인터뷰 : 호라(Hora)

2024-06-21
조회수 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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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돈의문프리즘 展>에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선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저는 미디어아트, 작곡, 그림 등 다양한 표현 언어로 소통하고 있는 작가 호라(Hora)라고 합니다. 현재 <돈의문프리즘 展>에서 상영 중인 [Monster Society]라는 작품을 만든 이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인터뷰를 하게 되어 정말 영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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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돈의문프리즘 展>은 미디어아트를 단순히 이름모를 ‘시각효과’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한 작가, 한 팀, 나아가 한 사람의 철학과 시간이 담긴 ‘작품’으로 소개하고자 기획된 미디어파사드 프로그램입니다. <Monster Society>는 어떤 문제의식과 메시지를 바탕으로 기획된 작품인가요? 


A. 

<Monster Society>는 말 그대로 괴물들의 사회를 뜻해요. 개성이 가득한 괴물들의 사회를 모험하는 소녀의 이야기를 통해 “당신이 어떤 모습이든, 어떤 존재이건 세상에 나서도 괜찮아요.”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담은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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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스포(?)가 될지도 모르지만ㅎㅎ) 마지막 장면에서 밝은 낮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가면을 벗고 세상 밖으로 나가는 소녀의 모습이 새삼 기특했는데요. 세상에 나서기 두려워 하는 요즘 세대들에게 희망을 주는 내용이라 더욱 인상적인 작품이었습니다. 작품 속에서 표현하신 ‘몬스터’와 ‘가면’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나요?


A.

작품에 등장하는 몬스터, 괴물들은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인간들을 의미해요. 신화에 등장하는 괴물들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특징도 외형도 사연도 저마다 정말 다양하잖아요? 그래서 괴물은 괴물다움을 강요당하지 않죠. ‘괴물이니까 이래야지!’ 하는 보편적인 기준도 없어요. 그저 본인들의 사연과 특성 그대로 인정받고 분류되지 않은 채 신화 속에 존재해요. 생긴 것도 취향도 성격도 다 제각각인 그들이 조화롭게 살아가는 사회가 <Monster Society>입니다. 저는 이게 제가 생각한 이상적인 인간 사회 같다고 생각했어요. 자신의 본래 모습 그대로 존재해도 되는 사회요.


가면은 우리가 써야 하는 ‘사회적 페르소나’를 의미해요. 괴물들의 사회에 들어가기 위해 인간인 주인공 소녀는 탈춤의 세계에서만 존재하는 요괴인 ‘비비(영노)’가면을 쓰게 되죠. 가면을 통해 페르소나를 빌려서 인간이 아닌 요괴로 인식되어 <Monster Sociey>를 돌아다니게 됩니다. 이 모험이 소녀가 자신의 페르소나를 찾아가는 과정이기도 하죠.


사실 몬스터와 가면을 우리 사회에 빗대어 생각하기 시작했던 건 아주 오래전 제 학창 시절부터예요. 어린 시절의 저는 사람들 앞에서 어떤 페르소나를 써야 할지 갈피를 못 잡았었거든요. 나의 취향, 존재, 선택에 확신을 갖지 못했던 학창 시절을 보낸 거죠. 난생처음 마주하는 감정들이 저 스스로를 의심하게 만들었어요. 그래서 사람들 앞에서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몰라서 방학 동안 집 밖을 아예 안 나간 적도 있어요. 지금의 저는 나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하며 나다움을 실천하며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답니다.


그러다 최근 코로나 시기에 마스크를 착용하던 사람들 사이에서 ‘마기꾼’이라는 단어가 존재하며, 자신의 외모에 민감한 학생들이 마스크 벗는 것을 두려워한다는 기사를 봤어요. 그때 <Monster Society>를 만들자고 다짐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작품이 하나쯤은 더 세상에 존재하길 바라서요. 아직 무거운 가면을 벗지 못한 사람들에게 응원과 용기를 보내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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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작품을 감상하면서 도트 게임을 하던 추억이 떠올라 더욱 재밌었습니다. 픽셀 도트로 구성된 게임 같은 연출 방법을 선택한 이유나 의도가 있으신가요? 혹시 게임을 좋아하시나요?


A.

맞아요, 사실 제가 게임을 정말 좋아해요. 하지만 단순히 게임이 좋아서 이런 표현법을 쓴 것은 아니고 이 작품에 게임과 같은 연출을 선택한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돈의문박물관마을의 미디어아트월이 굉장히 재밌는 형태였기 때문이에요. 창문의 위치, 세로로 긴 형태의 LED가 팩맨(Pacman)이란 게임을 연상시키기도 했거든요. 답사를 가서 아트월을 본 뒤 저 창문 구조를 반영한 마을의 구조와 이미지가 단번에 떠올랐어요. 그 상상의 끝에 도트 게임이 있었죠. 저 공간 안에서만 존재하는 게임 세상을 만들고 싶었어요.


두 번째 이유는 주인공 소녀가 스스로 ‘선택’과 ‘행동’을 하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싶었어요. 스토리 기반의 도트 게임들은 내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가에 따라 결말이 달라지곤 하잖아요? 저는 소녀의 선택과 그 선택이 만든 결과를 조명하는 데엔 도트 게임 형식의 연출이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자신이 스스로 결정해서 밖으로 나가고, 가면을 쓰고, 탐험을 나서는 것까지 소녀의 모든 선택이 결국 이야기를 써 내려간 것이니까요. 그리고 관람객은 그 소녀의 내면을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처럼 체험 한 것이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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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작품을 완성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었을 것 같아요.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 중에 힘들었던 점이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A.

사실 픽셀아트 기법으로 작품을 만든 것이 처음이었어요. 하지만 머릿속에 떠오른 이미지가 있으니 어떻게든 구현해야 한다는 생각에 픽셀아트 기법을 포기할 순 없었죠. 그런데 작업을 하면 할수록 시간이 너무 부족할 것 같았답니다. 결국 모든 배경과 캐릭터, 애니메이팅을 아이패드로 작업했어요. 약속 때문에 어딜 이동하면서도 손에서 패드를 놓을 수가 없었죠. 버스나 지하철 모든 곳이 작업실이 되었답니다.


덕분에 영감을 얻기도 했어요. 지하철을 타고 가는데 앞에 파란색 헤드셋을 끼고 리듬을 타며 걷던 학생을 보고 ‘무두귀’라는 목 없는 귀신에게 헤드셋을 씌워줬죠. 제 작품 속에서 파란 헤드셋을 끼고 리듬을 타며 걷는 괴물을 꼭 찾아보시길 바랄게요.

작업 과정 보러가기


Q. 

작품에 나오는 가면이나 괴물들은 한국 설화를 재해석하신 것인데, 한국 설화나 전통 문화 등 한국적인 요소에서 영감을 받는 편이신가요?


A.

맞아요, 다른 제 작품들도 한국의 전통 설화나 문화에서 많은 영감을 받아서 세상에 나오게 되었답니다. 사실 저는 민족적인 색이 강하게 띄는 무언가를 보면 가슴이 떨려요. 그게 무엇이 되었든 흥미를 갖게 되고 눈이 번쩍 뜨이죠. 그래서 책가도를 활용한 미디어아트 작품을 여럿 만들었고 바리공주를 모티브로 한 일러스트도 작업했었어요. 전통을 현재에 맞게 재해석하는 것이 한국 국적의 아티스트가 해볼 수 있는 가장 재밌는 도전이 아닌가? 싶은 생각을 해요.


최근에는 한국의 탈, 요괴 등에 관심이 많아졌어요. 지역적 특성이나 지역의 문화를 그대로 반영한 설화의 형태로 존재하는 것들이 재밌는 상상을 일으켜줘요. 예를 들어, ‘그 시대의 사람들이 이런 상상과 생각을 한 이유는 무엇일까?’ 혹은 ‘현재 사회를 반영하면 어떤 요괴와 설화가 새로 만들어질 수 있을까?’이런 상상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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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돈의문프리즘 展>을 통해 작가님의 작품에 관심을 가지는 분들도 생길 것 같아요. 작가 호라의 다른 시리즈 작품들은 어떤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지 소개해주세요.


A.

저는 보통 독특한 개성을 가진 인간들을 괴물이나 요괴처럼 표현해서 그려내는 과정을 즐기고 있어요. 저마다 다른 생각, 개성, 특징을 가진 소녀들을 조명한 Girls! 시리즈, 그리고 전통적 색이 더욱 짙은 JIN 시리즈가 있어요.


그리고 사실 거대한 자연이나 우주에도 관심이 많아요. 그래서 우주를 주제로 음악과 영상을 작업 중인 <Outside>시리즈도 있습니다. 지구 밖을 상상하며 만든 음악 시리즈인데 대부분의 노래들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언어로 만든 가사를 썼죠. 그럼에도 노래를 들으면 어떤 주제인지, 어떤 감상을 주기 위해 만들어졌는지 직관적으로 느끼실 수 있어요.

 


Q. 

향후 어떤 미디어아티스트가 되고 싶으신가요?


A.

첫 번째로는 저는 다양한 표현 기법을 계속 수집하는 미디어아티스트가 되고 싶어요. 픽셀아트, 2D 모션그래픽, 3D까지 계속 다양한 기법의 작품을 만들어나가는 이유도 주제에 걸맞은 도구를 사용할 줄 아는 작가가 되고 싶기 때문이에요. 거기에 음악이라는 저만의 표현 언어까지 더해서 영상이 상영될 공간과 잘 어우러지는 작품을 선사하고 싶어요.


두 번째로는 섬세한 작가가 되고 싶어요. 작품을 보는 분들이 공간과 제 작품을 기억했을 때 좋은 기억이 남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어요. 영상이 주는 이미지와 주제가 선명할수록 좋은 기억으로 남지 않을까 생각해요. 미적으로도 더 섬세하게 신경 쓰고 싶고 다양한 감수성의 주제의식을 섬세하게 탐구하는 작가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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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돈의문프리즘 展>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아티스트로서 <돈의문프리즘 展>은 어떤 기회가 되었나요?


A.

저는 작년부터 미디어아티스트로 활동하게 되었는데, 전시 참여 제안이 온 게 ‘나는 어떤 미디어아트 작품을 만들고 싶은가?’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있던 시점이었어요. 조건 없이 제가 만들고 싶은 작품을 만들고 그것이 실제로 상영될 수 있는 자유를 경험하게 된 것이죠. 


그래서 저에게 <돈의문프리즘 展>은 자유롭게 캔버스를 채울 수 있는 도전의 기회였어요. 그래서 작업 과정이 고되게 느껴질 때도 많았지만 기회를 주신 돈의문박물관마을에 감사하는 마음을 품으며 열심히 작업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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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다양한 계기와 기회를 통해 <돈의문프리즘 展>을 관람하는 시민분들에게 작품을 더욱 재밌게 즐길 수 있는 방법 등 자유롭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시면 전해주세요.


A.

요즘 날씨가 점점 더워지는데요, 살짝 늦은 오후에 파라솔 밑에 앉아 잠시 바쁜 일상을 내려놓고 미디어아트의 황홀한 빛의 세상으로 떠나보시는 건 어떨까요? 앉아서 시원한 커피를 마시며 스크린에 흐르는 다양한 작가들의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다는 건 정말 멋진 것 같아요! 


개성 넘치는 작가님들의 다양한 작품들. 그리고 제 <Monster Society>도 재밌게 봐주시길 바라며 앞으로도 다양한 공간을 열심히 물들여갈 미디어 아티스트 호라에게 많은 응원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모두 무거운 가면은 내려놓고 시원한 여름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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