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문박물관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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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의 폐허 속에 핀 희망의 꽃

  • 전시기간
    2020-10-08~2020-11-08
  • 전시장소
    32

전시소개

서울에서 나고 자란 작가 장경민에게 서울은 늘 변화하는 곳이었다. 재건축 조합이 들어서면 철거가 시작되고 몇 년 후 고층 아파트가 들어서는 변화하는 서울의 모습에 작가의 개인 기억을 담아 보았다.

본문


 

Concept one 쌍문동 1985

 

시멘트 담벼락 사이에 핀 희망의 꽃

국민학교 시절 내가 살던 4층 짜리 아파트는

시멘트 담으로 둘러 쌓인 동네에서 유일한 아파트였다.

우리 아파트 놀이터는 동네 아이들의 아지트였다.

아파트 뒤 언덕 꼭대기 살던 미선이, 골목 끝집 살던 인숙이, 언덕 아래 첫집 살던 은진이

나는 매일 그 친구들과 함께 아파트 놀이터에서 하루 해가 저물도록 놀곤 하였다.

그리고 친구들은 시멘트 담 넘어 골목골목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

 



 

Concept two 쌍문동 1995

 

처절한 아버지의 마음에 핀 희망의 꽃

우리가 성인이 되어 각자의 길을 가고 있을 때

아파트 뒤 언덕 꼭대기까지 오밀조밀한 주택들이 철거되었다.

미선이네는 소리 소문 없이 이사를 가고,

인숙이네는 일찌감치 개천 건너 아파트로 이사를 갔다.

은진이는 수유리 친구집으로 짐가방을 챙겨 나갔고

은진이 아버지는 그 동네에서 마지막까지 당신의 집을 지키셨다.

 



 

Concept three 삼양동 2000

 

누군가의 절망 속에 핀 희망의 꽃

남쪽 끝 바닷가 마을 진도에서 올라와 혼자 살던 친구의 삼양동 집은

다닥다닥 비탈길 판자집에서도 꼭대기쯤 있었다.

일과를 마치고 친구 집에 놀러 갈 때면 희미한 불빛들 사이로 사람들 사는 소리가 들렸다.

엄마가 아이에게 하는 잔소리, 달그락달그락 설거지 소리, 어느 집 아저씨의 코고는 소리,

모두 한 집에서 들리는 것 마냥 가깝게 윙윙거린다.

그 웅성거리는 사람들의 소리는 삼양동 철거가 시작되면서부터

어떤 이들의 절망 속으로 사라져 갔다.

 



 

Concept four 월곡동 2005

 

콘크리트, 철근 사이에 핀 희망의 꽃

월곡동 고가도로가 철거되었다는 뉴스를 보았다.

카메라를 들고 찾아간 월곡동에 철거된 건 고가도로 뿐만 아니라 그 아래 즐비하던

시장 점포들과 언덕 위 판자집들이었다.

언덕 위 버스 종점에서 내려 바라본 곳은 원근감 때문인지

폐허더미 저 멀리 고층 아파트는 작아 보이고 먼지 풀풀 날리는 황량한 그 곳엔

멈춰있는 포크레인과 아파트 뒤로 넘어가는 희미한 가을 햇살,

그 햇살 속에 흐릿하게 보이는 어떤 이들의 부서진 보금자리가 쓸쓸해 보였다 .